교육과정 시안에 대해 중·고교 수학 교사들이 “학생들 부담이 가중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수학 수업시간은 줄었지만, 배워야 할 양이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과거 교육과정 삭제했던 내용 복원”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수학교사모임연합은 새 교육과정 시안에 대해 전국 중·고교 수학 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설문에는 3554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2708명(77.1%)이 새 교육과정 시안에 대해 ‘수학기초학력 개선에 도움이 안된다’고 응답했다. 3068명(87.0%)은 ‘사교육 경감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을 확정 발표하면서 국가 교육과정을 축소하고 학교의 교과 운영 권한을 확대하는 ‘학교 교육과정 자율성 강화’를 강조했다. 교과 수업은 학기당 17주에서 16주로 축소됐고, 학교 자율 교육과정은 20% 늘었다.
그러나 각론에 해당하는 교육과정 시안에는 과거 삭제했던 내용이 복원되는 등 학습량이 오히려 늘었다. 예컨대 2009 개정의 고2 과정에서 삭제했던 행렬은 이번에 고1 공통과정에 추가됐다. 고1에서 가르치던 이차함수의 최대최소는 중3으로, 중3의 대푯값은 중1로 연쇄적으로 이동했다. 또 중2 교육과정에 2009 개정에서 삭제했던 증명 용어가 다시 도입됐다. 중3 통계 부분에서는 상자그림이 추가됐다.
고교 확률과 통계에는 2015 개정에서 삭제되었던 모비율, 기하에서는 2015 개정에서 없어졌던 공간벡터가 추가됐다.
●“성취기준 합치면서 학습량 늘리기도”
기존 성취기준을 합치는 방식이 동원되기도 했다. 새 교육과정을 만든 연구진은 교육과정을 공개하며 “중1에서 1개, 고1에서 성취기준 2개를 줄였고, 다른 학년은 현재의 개수와 동일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학교사모임연합은 “두 성취기준을 하나로 합치는 꼼수로 마치 학습 부담을 줄인 것처럼 보이도록 했는데, 실제로 학습 내용은 늘어났다”고 반박했다.
예컨대 현재 교육과정의 문자와 식 단원에는 ‘다양한 상황을 문자를 사용한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와 ‘식의 값을 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성취기준이 분리돼 있다. 그런데 이번 시안에는 ‘다양한 상황을 문자를 사용한 식으로 나타내어 그 유용성을 인식하고, 식의 값을 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성취기준을 합쳤다.
수학교사모임이 새 교육과정에 맞춰 수업 시간을 계산해보니, 중1은 최대 43시간, 중2는 40시간, 중3은 12시간이 부족했다. 이를 따라잡으려면 결국 교사들이 진도를 빠르게 나가거나, 학생들이 별도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