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30대 남자분을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어느 건축회사에 자신의 건축기사 자격증을 빌려 준 것이 잘못되어 경찰에서 조사를 받다가 어릴 적 받았던 충격이 떠오르면서 우울증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가장이었습니다.

친지들이 그분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에서 수원에 있는 저희 집까지 매주 토요일 마다 데리고 내려왔지요. 저는 그분과 상담을 하면서 경찰조사를 받다가 떠오른 장면이 무엇이었는지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가위를 목에 대고 있던 엄마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열 살 때 자신이 돈을 훔치지 않았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믿지 않은 엄마는 막무가내로 도둑 자식을 키울 수 없다며 가위를 목에 대고 위협했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두렵고 무서웠던 그 장면이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고 내면에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경찰에서 강압적으로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위협 당하자 어릴 적의 억울하면서도 무서웠던 그 장면이 떠오르게 되었고, 그만 깊은 우울증에 걸리게 된 것입니다.

그 남자분은 그 이후로 말을 잃어버리고 장롱에 숨어 있는 행동을 보였는데, 친지들이 이분을 조심스럽게 제게 데리고 왔던 것입니다. 저는 그분을 치료하기 위해 그때의 억울함과 두려웠던 감정을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마음 속 깊은 상처를 털어내라고 권면했습니다. 그 날 밤 집에 돌아가서 어머니께 이야기를 하자, 다행히 어머니가 그때의 일을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 아들에게 용서를 빌었다는 것입니다.

그 후 남자분은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변화되어 가는 그분을 보면서 내면의 상처가 몸과 마음을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잘못된 훈계는 자녀에게 평생 상처가 됩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잘못된 훈계가 평생의 상처가 되어 잘못된 자아상을 갖게 되고 불행한 결과를 가져다 주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모든 부모들은 자녀를 사랑하기에 훈계를 합니다. 그러나 어떤 훈계는 자녀에게 사랑의 빛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아픔을 주는 상처로 남게 되어 부모와 자녀 관계를 깨뜨리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