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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 쓰기 시즌이다. 자기소개서를 지난 6년간 지도하면서 많은 케이스들을 보아왔지만, 아이들의 첫마디는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일정하다. 말 그대로 ‘어렵다’이다. 생각해보면 자기를 누군가에게 소개하는 일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튀는 것보다 동화되어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운 터이기도 하거니와 내 이야기 혹은 나의 장점이나 꿈을 다른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라니 여간 쑥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남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나오지만, 자기소개만큼은 이야기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머릿속에 어지럽게 돌아다니며 입안에 맴돌기만 하는 말만큼이나 글도 손끝으로 펼쳐지지 않는다. 내 생각 그대로만 표현하면 되는데, 그 자체가 낯설다.

솔직히 당장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시기에 이르러 갑작스레 과외를 받거나 방법을 전수받는다고 해서 한순간에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 글은 단 시간에 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어디선가 본 멋진 작품처럼 내 글을 만들고 싶다는 것은 과욕임을 알자. 그리고 그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사람도 이미 그런 점을 알고 글을 읽고 있다. 딱히 수려한 문장력을 요구하는 특수한 과나 위치가 아니라면, 멋진 글보다는 진짜 나의 글, 진정성 있는 글이 더 와 닿을 것이다. 그래서 글을 어렵기 쓰지 말라고 한다.

‘쉽게 쓰자’ 는 입에 달고 있는 말 중에 하나다. 너무 화려한 미사여구도 필요 없고 앞뒤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문체가 없어도 괜찮다. 최대한 나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써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기소개서를 잘 쓰기 위한 첫 번째 길이다. ‘덤덤하게’ 쓰라고 한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얼마 전 학생을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하는데,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 친구의 생각을 물었다. 대체 왜 이 과에 진학하고 싶은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왜 이런 활동을 했는지 말이다. 그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저는 PD가 되고 싶어요.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끌려요.” 그래서 필자가 그렇게 쓰라고 해서 돌려보냈다. 있는 그대로를 담으라고 말이다.

그런데 막상 가져온 글은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아이의 글은 어디서 본 듯 한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었다. PD가 되어서 의식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과 밝은 미래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뻔하디 뻔한 말들로 쓰여 있었다. 왜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글을 써왔는지 몰라 답답하기도 했고, 우려도 되었다. 아이에게 있는 그대로 쓰지 않으면 글이 더 어렵고, 잘 나오지 않을 거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 말에 공감하는 듯 대답했다. 솔직히 글쓰기가 너무 힘들었단다. 자신의 생각이 아닌, 뭔가 의미도 있고, 멋진 동기를 찾아내려 골머리를 앓았다는 것이다. 글도 말도 ‘꾸미려고’ 하면 힘들다. 꼭 모든 직업이나 꿈이 의미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우리나라 미래는 걱정이 없을 정도로 배려도 넘치고, 교훈적이며 꿈과 희망만이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보자. 개인적 욕심으로 공부하는 것이 잘못이겠는가? 있는 그대로 ‘끌려서’, 혹은 ‘이유 없이 좋아서’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글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면, 쉽게 쓰는 버릇부터 들여야 한다. 어렵게 꾸미려 들 때, 정말 죽은 글, 힘이 없는 자기소개서가 될 것이다. 자기소개서를 시작하고 있다면, 전하고 싶다. “쉽게 써보자. 있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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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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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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