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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진짜 이유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진짜 이유

화가가 되려는 포부로 중학교 시절 내내 그림만 그렸던지라, 화가의 꿈을 접고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고 했던 고1 시절, 내 상황은 암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영어 공부든, 수학 공부든 내게는 모두 깜깜한 대상이었다. 내 공부 밑천이 어느 정도였나 하면 ‘버스(Bus)’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by bus(버스를 타고)’의 뜻을 제대로 모를 정도였다.

당연히 내 성적은 공부를 그리 잘하는 친구들이 모인 고등학교가 아니었음에도, 운동부를 빼면 거의 반에서 꼴찌에 가까웠다.

그러나 내가 작정을 하고 공부를 시작한 후로는, 시험 때마다 성적은 가파르게 올랐고, 졸업할 즈음에는 50명 넘는 반 친구들 가운데 3등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작심을 하고 재수를 시작하고부터는 공부는 더 큰 날개를 달았고, 바라던 대로 연세대 국문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고1 시절 내 성적이나 공부 실력을 잘 아는 친구들을 만날 때면, 그들은 나의 공부 성장을 두고 ‘기적’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내가 뜻을 품고, 열심히 공부를 했던 덕분이지만, 돌이켜보면 몇 가지 중요한 공부의 지렛대가 나를 뒷받침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선 내가 ‘공부 고속열차’에 올라탈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의 힘을 키웠던 덕분이었다.

최근 나는 강연이나 각종 기고문에 마음근력이 자녀의 공부를 결정하고, 또 제대로 성장시킨다는 말을 강조한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IQ나 경제적 뒷받침, 좋은 교육시설 같은 타고난 조건은 개인의 공부 성장에 그리 큰 변수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 공부의 절대변수라고 믿기 쉬운 IQ는 한 사람의 공부 성공과는 관련이 없다. 심지어 뛰어난 IQ를 가진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에 공부 좌절을 경험한다는 통계마저 있을 정도이다. 나 역시 그런 사례를 상담에서 수없이 목격했다. 내가 상담하러 온 아이들의 IQ가 아니라 낙관성 지수부터 재어보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이다.  

이미 아이들의 공부 성장을 좌우하는 요소가 낙관성, EQ, 자기성찰지능, 자기조절능력(만족지연능력), 도덕성과 같은 심리능력의 수준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화가의 꿈이 꺾이며 중3 시절 나는 우울증을 경험했다. 당시 나의 마음근력은 거의 바닥 수준이었다. 무기력했고, 한동안 일탈과 충동에 사로잡혀 살았다. 내게 정신적 멘토가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나, 다행스럽게도 나는 대문호의 소설들을 접하게 되었고,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앙드레 지드, 서머셋 모움, 레프 톨스토이 같은 작가의 소설들을 읽으며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것이 내가 문학을 평생의 꿈으로 삼고, 지금 독서치료를 연구하고 있는 내적 계기이기도 하다.

당시 소설들을 읽으며 나의 마음근력도 높아졌다. 그래서 나는 소아청소년의 독서치료 상담에 있어 여전히 문학작품을 읽으며 마음근력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훌륭한 문학작품 읽기는 가치 있는 목표와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믿음을 심어주는 데 있어 가장 뛰어난 처방일 것이다. 

높은 마음근력 덕에 예전 대입에 실패하고 재수를 결심하는 과정에서도 내 마음은 그리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품을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하는 녀석이 어찌나 당당한지 의아해할 정도였다. 높아진 자존감 덕분에 나는 거의 마음고생 하지 않으며 재수 시절을 보냈고, 목표했던 대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공부에 싫증을 느끼거나 공부의욕이 바닥인 친구들이 심리상담을 받으러오면, 나는 부모님의 편견부터 하나씩 바로잡는다. 아이가 공부를 못 하는 진짜 이유는 모두 마음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며, 또 부모가 아이의 낙관성이나 자존감을 튼튼하게 지켜주지 못해서이며, 머리가 나빠서거나 좋은 과외선생을 만나지 못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준다.

애초 아이가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렇다느니, 타고난 게으름이 문제라느니, 나쁜 친구를 사귀어서 그런 것이라는 변명들이, 사실 모두 틀린 것임을 콕 집어준다.

“그런 아이는 세상에 없습니다. 어머니!”

좋은 삶의 가치나 목적의식이 없고, 도덕성이 떨어지고, 공부에 대한 의욕을 갖기 힘들만치 마음근력이 훼손되어있으니 나쁜 친구를 사귀고, PC방이나 집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는 것이다. 선후가 바뀐 일인 것이다. 

공부 못하는 아이는 없다. 심지어 심한 선천적 지적 장애를 가졌다고 해도 공부는 얼마든 할 수 있다. 반면 아이가 비록 현재는 공부를 잘하고 있더라도 마음근력이 떨어졌다면 앞으로 공부를 계속 잘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힘주어 설득한다.

이것만 명심해도 부모가, 주변 조력자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 시절 내게 큰 혜택을 가져다주었던 것은 공부기술을 나름대로 터득한 것이었다. 그 시절 우연히 나는 한 학습지 회사에서 발행한 공부 방법이 담긴 책자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학습법에 대한 쓸 만한 자료 자체가 귀하던 시절이었다. 공부에 목말라 있던 내게 그것은 천군만마 같은 것이었다. 지금의 학습심리학, 인지심리학적 지식들이 촘촘하게 나열된 책자였다. 일본의 한 학자가 쓴 유명한 학습심리학 저서를 정리한 책으로 기억된다. 아직 기억에도 선명하지만, 그 책자에는 메타인지에 대한 이론, 반복학습,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인출학습의 기술, 긍정적 강화의 원칙, 좌뇌와 우뇌의 고른 사용과 같은 첨단 학습심리학 지식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그 책을 신주단지 모시듯 탐독하고, 또 책이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실천했다.

그렇게 제대로 된 학습기술을 터득한 뒤에는 공부가 더욱 즐겁고 생산성이 높은 일이 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대학에 입할 때까지 한 번도 과외를 받은 적도, 재수할 때 2월, 3월, 딱 두 달을 빼고는 학원에서 수업을 받은 적도 없었다(이미 공부법을 잘 습득하고 있었고, 또 재수 시절 학원강사들의 수업이 엉망이라서 차라리 혼자 공부하는 편이 낫겠다는 결정을 했다).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아 혼자 공부하는 길을 택한 이유도 있었다. 공부법을 어느 정도 터득하자 공부는 쉬워졌고 점점 더 효율적으로 변해갔다.

지금도 소아청소년의 공부성장 프로그램에서 마음근력을 회복하는 1차 상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면 학습기술과 습관형성 방법을 코칭하는 2차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공부가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 시절 내게 큰 마음의 힘이 되어준 것은 역시나 가족의 사랑이었다.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아버지의 자애가 내가 굴하지 않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 힘이 되어주었다. 중3 시절 잠시 방황하며 거리를 헤맬 때도 부모는 나를 믿어주었다. 비록 내게 윤택한 환경을 제공할 수는 없었지만, 나의 가족은 내게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믿어주고, 격려하는 버팀목이었다.

“지금의 나와 내가 되고자 했던 것 모두는 나의 천사 같은 어머니 덕분이다.”
(All that I am, or hope to be, I owe to my angel mother.)
                                                                                         - 에이브러햄 링컨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마는, 때로 자녀에게 따뜻한 긍정의 언어보다는 마음의 상처를 주는 부정의 언어를 더 많이 쓰는 부모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부정적 관계에서는 부모와 자녀, 어느 누구도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없거니와, 중요한 자녀의 공부성장을 이끌어갈 수도 없는 법이다. 내가 학업상담에서 부모의 대화법 코칭에 힘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담 받는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마음의 거울을 만들어 자신이 자녀에게 어떻게 말하고,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만약 아이가 자신의 본분이자 삶의 자산이 될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면, 이 세 가지 기본부터 살펴보라.

아이의 낙관성이나 회복탄력성 지수가 얼 만큼 되는지, 아이가 충분히 학습기술을 습득했는지, 내가 자녀에게 진정 자애로운 사람인지부터 찬찬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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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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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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