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능 모의평가 채점 결과 분석
만점자 비율 국어 A형 6.12%, 수학 B형 4.11%, 영어 4.64%… 실제 수능시험에선 난이도 조정 불가피!
수능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지난 9월 2일 시행한 수능 모의평가(이하 9월 모평)의 채점 결과를 9월 23일 발표하였다.
이번 9월 모평은 가채점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역대 모평 가운데 가장 쉬운 시험이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자연계 모집단위에 지원하는 수험생(이과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영역의 경우 최악(?)의 난이도 조정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왜냐 하면 국어 A형, 수학 B형, 영어 영역의 경우 각각 한 문제만 틀리면 2등급이 되는 초유의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오는 11월 12일에 실시되는 2016학년도 수능시험도 이와 같은 수준의 난이도로 출제된다면 어떤 일이 나타날까? 지난 9월 15일 입학원서 접수가 마감된 2016학년도 수시 모집에서 자연계 최상위 모집단위인 의예과ㆍ치의예과 등에 지원한 수험생 가운데 국어ㆍ수학ㆍ영어 영역에서 만점을 얻지 못해 불합격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날 수도 있어 보인다. 예컨대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가톨릭대ㆍ성균관대ㆍ연세대ㆍ울산대ㆍ중앙대 등의 의예과 전형의 경우 수능시험 최저 학력 기준이 국어 A형, 수학 B형, 영어, 과학탐구(2과목) 중 3개 영역이 모두 1등급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능시험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모집에서도 국어ㆍ수학ㆍ영어 영역은 무조건 만점이 되지 않으면 지원조차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상당수의 수험생들은 다시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재수와 반수의 길로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 수능시험에서 재수생과 반수생이 크게 늘어난 것처럼.
하지만, 실제 수능시험에서는 이처럼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되는 영역의 난이도는 분명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만점자 비율이 6.12%이었던 국어 A형과 4.11%이었던 수학 B형에서는 난이도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9월 모평이 쉽게 출제되었다고 실제 수능시험도 쉽게 출제될 것이라는 말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유념했으면 한다. 9월 모평 역시 6월 모평과 마찬가지로 실제 수능시험에서의 난이도를 조정하기 위한 예비 평가에 불과하다. 이 점 기억했으면 한다.
참고로 지난해의 경우 9월 모평에서 만점자 비율이 5.34%이었던 국어 B형은 실제 수능시험에서는 0.09%로 매우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9월 모평에서 만점자 비율이 0.52%이었던 수학 B형은 실제 수능시험에서는 4.32%로 늘어났었다.
아울러 6월 모평과 비교해 봐도 6월 모평에서 쉽게 출제된 영역은 좀 어렵게 출제되었고, 6월 모평에서 어렵게 출제되었던 영역은 다소 쉽게 출제되었다. 예컨대 6월 모평에서 만점자 비율이 0.98%로 비교적 어렵게 출제되었던 수학 B형의 경우 9월 모평에서는 만점자 비율이 4.11%로 다소 쉽게 출제되었다. 그리고 6월 모평에서 만점자 비율이 4.15%로 다소 출제되었던 국어 B형은 9월 모평에서는 만점자 비율이 1.29%로 약간 어렵게 출제되었다.
한편, 수학 A형과 영어 영역은 6월과 9월 모평에서 만점자 비율이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되었다. 수학 A형의 경우 6월 모평에서 1.55%이었던 만점자 비율이 9월 모평에서는 1.17%로 약간 줄었고, 영어 영역의 경우도 6월 모평에서 4.83%이었던 만점자 비율이 9월 모평에서는 4.61%로 약간 줄었다. 이 중 영어 영역의 만점자 비율이 4%대 이상으로 쉽게 출제되고 있는 것은, 그 동안 정부에서 영어 영역을 쉽게 출제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던 것과 2017학년도 수능시험부터 영어 영역 성적이 절대평가 등급제로 바뀌는 것 등에 적지 않게 영향을 받은 결과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국어ㆍ수학ㆍ영어 영역의 만점자 비율로 미루어볼 때 9월 모평 역시 난이도 조정에 실패한 시험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특히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되는 국어 A형, 수학 B형, 영어 영역과 함께 사회탐구 영역의 한국사(만점자 6.62%), 과학탐구 영역의 지구과학Ⅱ(만점자 4.18%)도 분명 난이도 조정에 실패한 영역과 과목들이다. 이들 영역과 과목들은 11월 실제 수능시험에선 9월 모평보다는 다소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 보면 만점자 비율이 1∼2%대가 되도록 출제되지 않을까 싶다.
또한 현행 수능시험의 점수 체제가 여전히 상대평가에 의한 점수와 등급이 표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9월 모평에서 1등급 비율이 4%대를 넘어선 영역과 과목들도 난이도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1등급 비율이 6.12%인 국어 A형과 사회탐구 영역의 전 과목(1등급 비율 7.75∼5.09%)을 비롯해, 과학탐구 영역의 생명과학Ⅱ(8.03%), 화학Ⅱ(6.83%), 화학Ⅰ(5.87%), 물리Ⅱ(5.33%), 지구과학Ⅰ(5.01%), 제2외국어/한문 영역의 기초베트남어(8.60%), 한문Ⅰ(8.58%), 스페인어Ⅰ(7.44%), 중국어Ⅰ(7.37%), 일본어Ⅰ(6.65%), 러시아어Ⅰ(6.37%), 프랑스어Ⅰ(5.94%) 등에서도 난이도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러한 난이도 조정은 만점을 얻은 최상위권이나 1등급 이내의 수험생에게는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등급 이하 대다수 수험생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왜냐 하면 영역별 표준점수의 최고점과 1등급 구분 점수가 6월 모평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2등급 이하의 경우 등급 구분 표준점수 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등급별 인원 비율도 1, 2등급에서는 차이를 보였지만, 3등급 이하 등급에서는 규정된 등급별 인원 비율과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점자가 가장 많았던 국어 영역 A형을 보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6월 모평에서는 126점이었던 것이 9월 모평에서는 122점으로 4점이 낮아졌다. 1등급 구분 표준점수도 6월 모평에서는 124점이었던 것이 122점으로 2점 낮아졌고, 2등급 구분 표준점수도 6월 모평에서는 121점이었던 것이 120점으로 1점 낮아졌다. 하지만, 3등급 구분 표준점수에서는 6월 모평과 9월 모평이 117점으로 같았고, 4등급 구분 표준점수도 6월 모평과 9월 모평이 111점으로 같아졌다가, 5등급 구분 표준점수에서는 6월 모평에서 99점이었던 것이 101점으로 오히려 2점 올라갔다.
이에 9월 모평 성적표를 받아든 수험생들은 만점자 비율에 따른 난이도를 알아보기에 앞서 백분위 점수로 6월 모평과 비교해 어느 영역이 어느 정도의 점수 변화를 보였는지부터 파악했으면 한다. 잘 알고 있듯이 백분위 점수는 응시 집단 내에서 내 성적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점수로 만점자가 많고 적고를 떠나 나의 객관적 성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6월 모평과 비교해 표준점수로는 성적이 내려갔어도 백분위로는 성적이 올라갔다면 그만큼 9월 모평을 잘 본 것이 된다.
더불어 영역별로 어떤 문제를 왜 틀렸는지 알아보고 실제 수능시험에서 유사한 문제가 다시 출제되면 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가졌으면 한다. 또한 희망 대학이 정시 모집에서 어느 영역을 얼마만큼 반영하는지 잘 살펴보고, 비중이 높은 영역과 점수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영역에 좀더 집중하여 대비했으면 한다.
이제 수능시험까지는 4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9월 모평의 채점 결과를 분석해 보는 것과 함께 9월 모평 문제와 그 동안 보아온 학력평가와 모의평가 문제, 수능시험 기출 문제, 그리고 EBS 연계 교재 등을 다시금 풀어보는 것으로 최종 마무리 학습을 했으면 한다.
특히 9월 모평은 6월 모평과 마찬가지로 ‘수험생의 능력 수준 파악 및 본 수능시험의 적정 난이도 유지와 모의평가 문항 유형 및 수준을 통한 수험 대비 방법 제시’에 목적을 두고 시행된 시험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 동안 대비해 온 영역/과목별 학습 방법을 재점검하며 11월 수능시험에서 보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최종 점검의 기회로 활용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