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진흥법 시행과 함께 올해 대학 입시에서 인성평가를 강화하겠다던 정부 정책이 지난 7월 흐지부지됐다. 교육부가 "대학 입시 전형 과정에서 인성 항목만 별도로 계량화해 평가하거나 독자적 전형요소로 반영해서는 안 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교대와 사범대 입시부터 인성 요소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지 불과 6개월 만의 일이다.

당장 올해 대입을 치르는 수험생은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큰 혼란만 겪었다. 올해 대입에서 인성평가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한 수험생도 많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에게 올해 인성평가에 대해 물었다.

◇인성평가, '착한' 학생 뽑는 것 아냐

정부의 '인성평가 강화' 방침이 철회됐지만, 각 대학 인성평가 계획에는 큰 변함이 없다. 입학사정관들은 "입학사정관전형부터 지금의 학생부종합전형에 이르기까지 매년 인성평가가 강화돼 왔다"며 "학생부종합전형 실시가 곧 지원자의 '인성'을 본다는 의미"라고 입을 모았다. 2016학년도 대입에서 '교직인성우수자전형'을 신설한 서울교육대는 '정부 방침에 따라 인성 관련 전형을 신설했다'는 오해를 샀지만, 이 전형은 이미 3년 전 신설이 예고됐다. 한성구 서울교대 입학사정관실장은 "최근 3년간 중도 탈락자가 모두 (교직 적성·인성을 확인할 수 없는) 정시 합격자였다"며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성적 반영 비율을 줄이더라도 인성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보는 '인성'은 과연 무엇일까? 수험생·학부모들은 "인성평가로 '착한' 아이를 뽑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하지만, 대입에서 평가하는 인성은 이와 다르다.

대학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인성 항목은 ▲공동체의식 ▲성실성 ▲책임감 ▲리더십 ▲배려 ▲협력·소통 등이다. 정부의 '인성평가 강화' 발표 후 몇몇 학교에서 선행상·봉사상 등이 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런 상을 받은 것만으로 인성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게 아니다. 김경숙 건국대 입학전문교수는 "대학은 지원자가 책임감·공동체의식·성실성·리더십 등 인성 요소를 학교생활 속에서 어떻게 길렀는지를 서류·면접 평가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차정민 중앙대 선임입학사정관은 "봉사상·선행상 수상자를 평가 시 눈여겨보기는 하지만, '왜 이 상을 받았는지'도 반드시 확인한다"며 "이를 뒷받침할 만한 활동이 서류에서 입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교 생활 속 겪음직한 사례 제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서류·면접평가 전 과정에서 인성평가가 진행되지만, 면접에서 인성 관련 공통문항을 제시하는 대학도 있다.

서울시립대는 면접에서 인성 관련 공통문항을 제시하는데, 지난 2월 (교대를 제외한) 4년제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2014·2015학년도 인성평가 문항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년에는 상담심리 전문가, 서울시립대 교수진, 전임 입학사정관, 고교 교사 등이 참여한 '인성평가 문항도구개발팀'을 구성해 공통문항을 개발했다. 신윤정 서울시립대 입학사정관실장은 "공적 윤리의식, 협동학습 성과, 의사소통 능력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면접 문항을 만들었다"며 "이를 점수화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 생활이 불가능한 부적격 학생을 가려내는 도구로만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문항 개발 시 '학생이 고교 생활에서 겪어봤을 법한 상황'을 제시하는데 중점을 뒀다. 신 실장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 어울려 공부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배려하고, 서로 협동하는 것을 배우기 위함"이라며 "그런 능력을 학교생활 속에서 어떻게 길렀는지를 보는 게 대입 인성평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2015학년도 서울시립대 학생부종합전형 인성평가 공통문항

문제｜ 아래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의 입장을 각각 읽어보고 통합교육에 대한 본인의 입장은 어떤지 그 이유를 말해 보시오.

제시문｜ 중학교 2학년인 A라는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자인 B와 같은 반이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B는 친구들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잘 내며 수업 시간에도 게속 몸을 흔들면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갑자기 중간에 나가버리는 행동을 많이 해서 수업이 끊이지 않고 진행되는 경우가 드물다. (후략)

서울교대도 서류·면접평가를 통해 인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면접에서 교직 인성 관련 공통문항을 출제한다. 한성구 실장은 "교육부가 매년 지정하는 '인성교육 우수학교'를 방문해 고교 현장에서 인성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고 입시에 반영한다"며 "학생이 고교 활동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확인하고, 그것을 훗날 교사가 돼 학생을 지도할 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묻는다"고 밝혔다.

2015학년도 서울교대 수시모집 면접문제(교직 인성)

제시문｜ (전략) A: 그건 네가 잘 모르니까 하는 소리야. 우리나라만큼 좋은 나라가 어디 있어? 5천 년의 역사에 빛나는…

B: 5천 년의 역사라지만 우리 조상들이 성취한 게 뭐가 있지? 다른 나라에서는 과학혁명, 산업혁명을 하고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동안에 말야.

A: 그렇게 생각하면 노력해서 더 나아지게 해야지! 그게 국민의 도리야! 혼자만 잘 살겠다고 떠나는 건 배신이야!

B: 나라라는 게 뭐니? 개인의 행복을 위해 있는 거잖아? 그런데 왜 개인이 행복을 찾아 떠나는 게 배신이지? 한 번뿐인 인생이잖아?

질문 1｜ A, B 학생의 주장에서 지나치다고 여겨지는 점을 말해 보시오.

질문 2｜ 본인이 교사라면 A, B 학생을 각각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 말해 보시오.


◇공동체 위해 노력한 모습 보여라

인성평가는 학생부의 특정 항목이나 자기소개서의 3번 문항(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와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점 기술) 등 일부분에서만 진행되는 게 아니다. 예컨대 출결상황으로도 '성실성'을 판단할 수 있지만, 만약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과목 반장으로서 ~한 모습을 보였다'는 기록이 있다면 이것으로도 성실성이나 리더십을 가늠할 수 있다. 김경숙 교수는 "면접에서는 '반장으로서 네가 했던 역할이 무엇이냐' '동아리를 만들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느냐' '네가 동아리장을 맡았을 때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이냐' 등 추가 질문으로 학생의 공동체의식, 가치관 등을 평가한다"고 귀띔했다.

한국외국어대는 면접 중 인성 관련 문항을 한두 개 제시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나눔과 배려를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일로 느낀 점을 말하라(일반 모집단위)'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사범대)' '교실에서 왕따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사범대)' 등을 질문했다. 이석록 한국외국어대 입학사정관실장은 "서류·면접평가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정성 ▲공감능력 등을 충분히 확인한다"고 전했다.

입학사정관들은 "인성평가도 결국 '학교생활 충실도'가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차정민 사정관은 "대입 인성평가는 학교교육을 통해 잘 길러진 학생을 뽑고자 하는 것"이라며 "대학에 잘 보일 생각만 하기보다는 고교에서 공동체를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라"고 강조했다

출처: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