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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추천서 누구에게 써달라고 할까

교사 추천서 누구에게 써달라고 할까

오늘은 2012학번 딸을 당시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시키고 입학사정관협회 기관지에 기고한 글을 소개합니다. 추천서. 한양대학교 등에서는 사라졌지만 학생부, 자기소개서와 더불어 제출 서류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서류입니다. 이번 서울대학교 학생부종합전형안내에서 소개했듯이, 교사가 학생부의 글자 수나 서술형제약을 떠나 자신의 시각에서 주관적으로 본 지망생에 대한 시각을 스토리로 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학생부와 자소서에 있는 내용에 화룡첨정한다고 할까요?

때로는 자소서에서도 글자수제약이나 쑥스로움 때문에 이야기 할 수 없었던 '변명'. 즉 성적이 떨어진 이유가 전학 때문이었다거나 '교통사고'로 인한 입원 때문이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대신 해 줄 수도 있는 '추천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지지만 대부분 담임선생님께 써달라고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담임선생님께서 한 학생의 수시원서 2개씩만 추천서를 써준다고 해도 무려 50~60개. 게다가 Ctrl+C와 Ctrl+V도 안 되는 온라인 작성.

자소서 뿐 아니라 추천서 표절도 많고, 때론 '추천하지 않습니다.'도 꽤 된다는 입학사정관들의 귀띔도 있습니다. '추천서' - 어떤 선생님에게 써달라고 해야 할까요?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매년 수능성적 발표일 TV 9시뉴스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이 어김없이 이야기하곤 하던 클리셰(Cliche-상투적인 어구).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했어요’ ‘학원은 다닌 적이 없어요’와 함께 우리에게 부러움과 약오름 혹은 약간의 가슴통증과 더불어, 오른쪽 눈썹을 살짝 올라가게 하는 이 망발(?)에 분노해보지 않은 학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하늘의 뜻을 안다는 知天命(지천명) 나이 50이 되어서도 겨우 알까말까한 학문에 대한 도를 이미 깨우친 듯 한 이런 인터뷰에 좌절하던 한 명의 학부모였던 나는 딸이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그 뜻을 이해하고, 이 학생들을 용서하게 되었다. 무슨 일 때문이냐고? 바로 어려서부터 숟가락을 마이크처럼 들고 중얼거리면서 방송기자 흉내를 내곤하던 딸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대학에 가서 언론인이 되겠다고 선언한 사건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
대학입학시험이라면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학능력고사가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나에겐 참으로 생소한 단어일 수밖에. 이리저리 조사(?)해 본 결과를 종합해보니 학생부종합전형이란 ‘해당전공에 대한 열정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학교활동· 교과 성적· 진로계발· 특기적성· 추천서 등 여러 요소들을 서류로 종합 평가’하여 선발하는 제도란다.

수능고사가 성적 좋은 학생을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뽑는 제도라면, 남다른 재능과 특기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 자기 전공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뚜렷한 목표아래 꾸준하게 노력해 확실한 실적을 쌓는 과정에서 역경도 극복하고, 자기 성장을 이룬 멋진 스토리를 만들었으며, 약한 자를 위한 배려와 희생정신, 협동심과 리더십도 뛰어난 인재를 뽑는 입학사정관전형.

머리도 명석하고, 예쁘고, 건강하고, 현명하며, 게다가 착하기까지 한 S라인 몸매의 며느리를 얻는 것이 차라리 쉽지. 조선건국이래 저런 인재가 존재나 하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눈앞이 캄캄해지던 순간이었다. “아! 그래서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했었구나.”

알면 보이나니, 그 때부터 보이는 것은 이전과 같지 않다고 했던가. 자기소개서, 추천서, 학업계획서, 포트폴리오 같은 단어들의 압박이 시작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딸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대학이 답을 알려줬으니 이제는 답안만 써 내려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 내 사랑하는 딸아. 자신의 이야기는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 온전히 네가 감당해야 할 몫이거늘. 방송기자라는 뚜렷한 목표를 향해 작은 재능을 하나씩 키워나가며, 뜨거운 열정으로 노력한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독자인 입학사정관과 교수님께 진솔하게 들려드려서, ‘널 안 뽑으면 큰일 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드려라!

세월은 흘러가고, 하늘도 무심하여라. 내 딸은 결국 3학년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메인이벤트의 종이 울렸다. “학생부는 있는 그대로의 바꿀 수 없는 내 딸의 역사교과서이니 그렇다 치고, 자기소개서나 학업계획서, 포트폴리오는 그동안 꾸준히 자신이 준비해왔으니, 이제는 진인사대천명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생각 한 줄기.

“교사추천서만큼은 제3자가 내 딸을 본 시각에서 쓰는 글 아닌가? 자신의 자유의지가 아닌. 관객은 공연이라도 보지만 그 내용을 알 수도 없는 X파일.” 머릿속에서 천둥소리가 났다. 어느 선생님이 어떻게 써주셔야 좋은 것일까?

‘어떻게’는 우리가 어쩔 수 없더라도, ‘어느’ 선생님께 부탁드려야 할지는 선택할 수 있는 것. 감히 불경스럽지만 왕세자비를 삼간택하는 심정으로 선생님 한 분 한 분을 떠올려 볼 수밖에. 딸과 함께 선생님 한 분씩 짚어보던 시절을 되돌아본다.

1st. 교장선생님 혹은 교감선생님 ?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에서 나온 유명한 구절 -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아무래도 제일 높은 선생님이 평가해주시면 좋은 점수를 받지 않을까?
하지만 교사추천서는 학생을 가까이서 오랫동안 관찰한 교사의 기록이다. 따라서 지원자를 가장 잘 알고 추천의지가 분명한 선생님이 써주셔야 할 텐데. 교장선생님은 지원자를 대학에 합격시킬 의지는 가장 충만하지만, 그를 제일 잘 알 수는 없지 않은가.

‘높이 날면 멀리 보인다. 그러나 잘 안 보인다!’

2nd. 고3 담임선생님 ?

“교사추천서는 당연히 3학년 담임선생님께 부탁드리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거의 대부분 한 학기 정도만 가르친 경험이 전부. 아주 특별하거나 대단한 학생이 아닌 경우에는 잘 써주고 싶어도 쓸 거리가 없게 마련일 터. 게다가 대학이 표절검색시스템도 도입했다는데 한 교사가 수십 명의 학생의 추천서를 쓰는 경우 같은 단어와 표현, 비슷한 문장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법.

언론에 발표된 바에 의하면 2013년 수시전형은 한 명의 학생이 6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그나마 내 딸 때 비해서는 줄어든 결과다. 하지만 만일 40명 한 반 학생들이 모두 담임선생님께 추천서를 부탁한다면 이론상 ‘40x6=240명!’ 계체량 초과다. 게다가 만일 담임선생님께서 웃으시면서 ‘네가 써오면 그대로 써 줄게~’라고 말씀하신다면 대략 난감.

3rd. 내 딸을 제일 사랑해주시는 선생님 ?

제자를 사랑하는 나머지 처참한 성적이 뻔히 나와 있는데도 최상위권 학생이라고 평가해 주시는 고마운 선생님. 그러나 이 경우 진짜 추천할 만한 사항들조차 거짓으로 평가받거나 심지어 무효처리 될 수 있단다. 입학사정관이 추천서만 보고 지원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학생부를 기본으로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같은 다양한 전형자료를 보기 때문이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데(써놓고 보니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내용이 궁합이 맞아야 할 것은 당연할 터. 서로 같은 사안을 달리 볼 수도 있으니 불필요한 오해의 싹은 미리 잘라버리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겠지.

4th. 동아리 선생님 ?

재능과 꿈이 같은 아이들이 모인 곳이 동아리. 우리 딸 같은 경우는 당연히 방송반이었는데, 거의 모두 방송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이니, 동아리 선생님께서 써주시는 내용도 상당부분 겹치게 마련일 것. 잘못하면 ‘템플릿(모범양식)’에 이름과 실적과 단어만 바꿔 끼우는 추천서가 될 수도 있다.

위험! 정답? =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선생님

부모의 사랑을 아가페적인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에 눈이 멀어 진실을 보지 못하는 사랑도 문제지만 어떨 때는 눈이 멀지도 않았는데도 무조건 제 자식만 예뻐 보이기도 한다. 자기소개서가 주관적이라면 추천서는 객관을 잃지 않은 주관의 눈으로 써야 하지 않을까?

입학사정관은 학생부에서 기록과 증명으로 남은 데이터를 보고, 자기소개서에서는 지원자의 열정과 스토리를, 추천서에서는 진실하면서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지원자의 특성과 재능을 증명해주는 선생님의 증언을 듣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에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도 따뜻한 가슴만큼이나 냉철한 사고를 가진 선생님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결론.

그렇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사랑하는 애마의 목을 치는?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칭찬 뿐 아니라 부족한 면도 솔직하게 적어 줄 있는 선생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학생을 꼭 뽑아야 하는지 고개를 끄떡이게 설득해주실 수 있는 선생님이 바로 정답.

딸의 결론은 바로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오랜 시간동안 알아오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모의유엔대회를 지도해 주시고, 교과목까지 가르치셨던 젊은 여선생님. 자신의 성격도, 성적도, 장점도, 단점도 너무나 잘 알고 계신 선생님께 추천서를 부탁드리겠다는 것. 학생부에서 볼 수 없는 인성과 품성, 잠재력을 사랑과 진정한 관심으로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차별화된 이야기로 들려주실 수 있는 선생님이 계신 것은 우리 가족의 크나큰 축복이었다.

알지 못하면 사랑할 수 없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추천하는 것은 형식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추천서를 써 줄 학생과 많은 대화는 물론, 교과담당 교사의 말도 들어보고, 학생부도 꼼꼼히 살펴보고, 자기소개서도 읽어보고, 학생의 꿈도 공유하고, 전공에 대한 적성과 활동, 학업계획서도 읽어보고, 친구들과의 관계, 모의고사, 내신 성적의 변화, 역경과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해왔던 노력, 봉사활동뿐 아니라 미니홈피와 페이스북 내용까지 오랜 시간동안 꼼꼼히 잘 알고 있는 선생님. 바로 인생의 멘토, 진정한 스승이 교사추천서에 가장 적합한 선생님이다.

“교사추천서는 사랑하는 학생을 가까이서 오랫동안 관찰한 교사의 진솔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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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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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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