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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애호감, 어떻게 아이는 공부를 좋아하게 되는가? ①

학습애호감, 어떻게 아이는 공부를 좋아하게 되는가? ①

공부의 정도에 대해 공자께서 말씀했다.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不亦悅乎(불역열호,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살아가며 나날이 배우고 익히는 일이야말로 참으로 즐겁고 복된 일인 것이다. 오히려 그럴 처지가 못 되는 것이 안타깝고 불쌍한 노릇이다. 그러니 좋은 교육이란 것도 한 사람이 태어나 이러한 심성과 태도를 내면화하게끔 돕는 것일 터이다.

매일 공부하며 그 공부를 기꺼이 즐기는 것.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공부가 싫다고, 공부만 생각하면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고 하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반면 공부를 좋아한다고, 공부는 정말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라고 말하는 아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이를 학구열이라는 말 대신에, 학습애호감이라고 지칭하는데, 추측컨대 아이들 가운데 학습애호감을 가진 비율은 10%도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교육과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근거 역시 근본적으로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아이에게 지적 호기심을 키워줄 수 없는 교육이라면 어떤 이유를 대어도 실패한 것일 따름이다.

이만큼 우리 아이들의 공부가 혼탁해지고 말았으니 어쩌란 말인가? 이 글에서는 내가 진행하는 학습치료와 독서치료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방법과 이야기들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여러분 자녀의 학습애호감 증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인간에게 공부는 숙명이다. 배우지 않으면 사람은 어리석어진다. 배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주나라 태공(太公)은 ‘인간이 살며 배우지 않는다면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人生不學(인생불학) 如冥冥夜行(여명명야행))고 했다. 불학(不學)이란 암흑일 따름이다. 그런즉 배움의 본질은 나날이 지혜를 얻어 현명해지는 것이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무엇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서가 아니라 긴 인생행로에서 지혜로운 생각을 잃지 않고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세상을 제대로 아는 것이 바로 공부이다. 그러니 시간이 허락하는 ‘때때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 공부일 것이다.

아이들은 이런 설득에 항변한다, 그런데 교실에서 배우는 국어, 영어, 수학은 너무나 재미가 없다고.

아이들의 외침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왜 이다지도 그들에게 공부를 재미없게만 가르쳤을까 하는 문제는 어른들이, 교육계가 꼭 반성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국영수 공부는 더 크고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공부의 기초’라고 아이들을 설득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도올 김용옥 선생께서 청소년들을 위해 펼친 ‘영어 수학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라는 동영상 강의가 도움이 될 것이다. 자녀가 중학생쯤 되었다면 시청시켜볼 만하다.

한 가지 일만 잘하는 기술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끊임없이 호도하는 세상이지만, 그렇더라도 초중고의 공부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고, 만약 진정으로 삶에 대한 이해와 지혜를 깨달아가는, 이른바 공부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지금 청소년기 때 행하는 공부가 훗날 분명 쓸모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배움의 대상이라도 그것을 행하는 당사자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문제일 것이다. 공부를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 문제의 핵심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T. 윌링햄 교수는 인간의 뇌는 공부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저서,《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에서 인간은 타고난 인지능력에 비해 생각하는 힘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고 설명한다. 수렵이나 사냥, 채집과 관련된 지능은 타고나지만, 교실에 앉아 주어진 학습내용을 배우고 습득하는 일에는 적합하지 않는 뇌를 갖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 책으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진짜 이유이다. 반면 아이들 대부분이 야외에서 새로운 사물이나 그 사물의 특성을 배우는 일에는 능하고 또 이를 곧잘 즐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수렵이나 채집, 사냥의 경험을 대리체험하게 해주는 각종 인터넷 게임에 아이들이 쉽게 빠져드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아이들은 인터넷 게임에는 쉽게 빠지지만, 공부에 빠지기는 무척 힘들다.

교사나 부모는 이런 아이들의 두뇌 특성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타고난 지적 능력을, 고도의 지적 작업을 해낼 수 있는 새로운 학습능력으로 확장시키고 성장시키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공부에 필요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까다롭고 복잡한 공부능력 배양의 과정이 요구된다. 아이들이 긴 학령기를 거치는 이유일 것이다. 또 전문 교사들이 학습과정을 지도하고 이끌어야 하는 근거인 것이다.

이쯤해서 왜 여러분의 자녀가 공부와 이토록 멀어졌는지 찬찬히 살펴보기 바란다. 최근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둔 부모들과 상담할 때마다 채인선이 쓰고, 윤봉선이 그린《배운다는 건 뭘까?》같은 그림책이나 엘리사 아마도가 쓰고 마누엘 몬로이가 그린《체피토, 뭐하니?》같은 그림책을 직접 적어주며, 공부를 가르치기보다는 공부의 의미와 가치를 가르치는 일에 더 힘쓰라고 당부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아이가 공부를 놓친다고 조언한다. 

여러분의 자녀 역시 지금 공부가 싫어졌다면 공부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자기성찰이 부족한 것이 큰 원인일 수 있다. 그런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단지 공부의 가치와 의미를 아는 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일들이 가진 섭리들을 고민하고 제 스스로 이해하는 일이 더 소중하다. 공부에 앞서 자기 삶의 의미와 목적을 알고 세워나가는 일이 더 중대하다. 내 경험상 자기성찰의 힘이 떨어지는 아이는 공부애호감도 그만큼 줄어든다. 자기성찰 능력이 대개 공부 성장의 척도가 된다. 자기성찰 지능을 높이는 독서나 글쓰기, 토론 활동이 중요한 까닭이다.

자녀가 고등학생쯤 되었다면,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윌리엄 데이먼의《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나, 켄 베인 교수의《최고의 공부》같은 책으로 공부의 참의미를 찬찬히 일깨워주기 바란다. 혹은 부모나 지도자가 읽고 그 뜻을 잘 전수해주기를 당부한다. 삶의 의미, 공부의 의미를 알아야 아이들은 자신 있게 살 수 있고, 공부를 자신의 일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혹은 공부 방법을 모르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중요하다. 헨리 뢰디거의《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나 앞서 거론한《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같은 책은 학문적으로 증명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공부법에 대해 알려준다. 일본의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의《뇌가 기뻐하는 공부법》이나 최근 활발히 연구되는 뇌기반 학습이론을 쉽게 설명한《공부하는 우리 아이들 머릿속의 비밀》도 도움 될 만한 책이다. 중학생 이상이라면 뒤의 두 책은 직접 읽고 자신의 공부를 가다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학습의 가치를 잘 알고, 공부법도 웬만큼 알지만 공부가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머리는 공부에 가까이 다가가 있어도, 몸이 멀어진 것이다. 즐겁게 공부하며, 공부가 몸과 마음에 익숙하고 편안한 일이 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습관의 문제, 흥미의 문제가 남는 것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마음근력의 부재나 자기조절능력의 부족도 문제가 될 것이다. 어떻게 공부가 아이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일이 되게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좀 더 심도 있게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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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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