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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자형 책상배치의 기적… '토론식 수업'이 학력 끌어올렸다

ㄷ자형 책상배치의 기적… '토론식 수업'이 학력 끌어올렸다

[신나는 공교육] [1] 안산 반월中의 개혁

오랫동안 개발 정체된 지역… 사교육 받는 학생은 극소수
조별수업·또래 멘토링 통해 학습낙오자 절반 이상 감소
수학여행 대신 마을꾸미기… 공터를 꽃밭으로 변화시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운동화. 특별한 기능이 추가돼 있으니 12만원은 받아야 해!"

"내가 고객이라면 12만원이나 주고 사기엔 디자인이 너무 단순한 것 같아. 가격을 낮춰보자."

9일 오후 경기 안산 반월중학교 1학년 2반 교실에서 학생들은 8~9명씩 3개 모둠으로 나눠 앉았다. 학급별 창업 프로젝트로 '온도조절기 부착된 운동화'를 선정한 이들은 디자인·홍보·기획팀으로 나뉘어 지난 6주 동안 만든 '창업 계획서'가 얼마나 사업성이 있는지 의견을 주고받았다. "온도 조절이 필요없는 봄·가을에도 신고 싶도록 디자인을 다양화하자"는 등 새로운 아이디어가 쉼 없이 나왔다. 담임 선생님은 쏟아지는 학생들의 의견을 정리해 주는 역할만 한다. 오히려 선생님을 가상 고객으로 삼고 판매 전략을 시험해 보는 학생도 있었다. "선생님이니까 특별히 9만9900원에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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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경기 안산시 반월중학교 1학년 2반 학생들이 ㄷ(디귿)자형으로 책상을 붙여 앉아 토의하고 있다. 참여형 모둠 수업과 학급별 프로젝트 수행으로 학생들의 수업 참여와 성취도를 끌어올린 반월중은 이날‘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성형주 기자
반월중은 안산 외곽 도(都)·농(農) 경계 지역에 위치해 있다. 개발 제한 구역으로 설정돼 오랫동안 지역 발전이 정체됐고,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이다. 학생 간 학력 편차가 크고 학업 동기도 낮은 편이었다. 자녀 교육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5~6학년 때 일찌감치 아이를 인근 군포나 수원으로 전학시켰다.

변화는 3~4년 전부터 시작됐다. 2012년 이 학교에 부임한 김정숙 교감은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적고 공교육 의존도가 매우 높은 동네"라며 "그래서 더욱 학교가 바뀌어야 했다"고 말했다. 교장·교감의 주도로 반월중 모든 교사가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높이기 위해 매달렸다.

교육 개혁 중 하나가 '모둠 수업'이다. 작년부터 반월중 모든 교실에서는 책상을 ㄷ(디귿)자형으로 붙여 모둠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그날 배울 주요 내용을 설명해 주면, 4~5명씩 머리를 맞대고 과제를 해결한다. 예컨대, 영어 시간에 '가정생활'과 관련된 표현을 배웠다면, 부모님께 용돈을 올려달라고 설득하는 영어 상황극을 짜서 연습한 뒤 교실 앞에 나와 발표하는 식이다. 교사의 피드백이 늘 뒤따른다. 2학년 박윤진(14)양은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도 참여시키고, 서로 의견이 다를 때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이해도 더 잘 되고 친구나 선생님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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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부터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친구와 같이 공부하는 '또래 멘토링'을 시작했다. 전교생 464명 중 166명이 둘씩 짝을 지었다. 이들은 방과 후에 학교에 함께 남아 그날 배운 내용 중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복습하거나, 시험공부를 한다. 또래 멘토링에 참여한 2학년 학생들의 평균 수학 성적이 1학기 39.5점에서 2학기 50.3점으로 10점 넘게 올랐다. 3학년 박서현(15)양은 "모르는 내용을 친구에게 물어봐서 아는 것도 좋지만, 알고 있는 내용을 한 번 더 친구에게 설명해주다 보면 더 확실히 이해하게 돼 더 좋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이 학교 학생들의 학력은 몰라보게 올라갔다.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반월중의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지난해 5.93%에서 올해 2.36%로 절반 이상 줄었다. 특히 수학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17명에서 7명으로 줄었고, 보통 학력 이상 학생은 95명에서 104명으로 늘어났다. 지금 반월중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자기 의견을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특별활동뿐 아니라 국·영·수 등 일반 교과 수업에서도 그렇다.

수련회나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대신 '행복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도 반월중의 특색이다.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을 활용해 '우리 마을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뒤 직접 나서는 것이다. 1학년 2반은 쓰레기 무단 투기가 심했던 지하철 4호선 반월역 근처 공터에 직접 꽃을 심어 화단을 조성했다.

이병찬(15)군은 "안산시 다른 동네에는 자전거 정거장이 있는데 우리 동네에만 없어 설문 조사를 벌였더니, 원하는 주민들이 정말 많았다"며 "우리가 제안한 내용이 실제 이루어진 것을 보고 동네 어른들이 '고맙다'고 말씀해주셔서 더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교육 개혁으로 반월중은 교육부가 선정하는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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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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