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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과 무조건 허용은 달라… 원칙 벗어날 땐 단호하게

존중과 무조건 허용은 달라… 원칙 벗어날 땐 단호하게

자녀에게 쩔쩔매지 않는현명한 부모 되려면

"한번은 4학년 학생이 쉬는 시간에 엄마에게 전화해서 '왜 미술 준비물을 안 챙겨줬느냐. 엄마 때문에 큰일 났으니 책임져라'면서 호통을 치더라고요. 엄마는 '미안하다. 빨리 준비물 챙겨서 학교로 가져다주겠다'며 쩔쩔매고요. 4학년이면 학교 준비물 정도는 스스로 준비할 나이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준비물을 챙기지 않은 것은 네 잘못'이라고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하니까, 아이는 더 기세등등해서 잘못을 고치지 않는 거예요."(엄윤희 교사)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 '친구 같은 부모가 돼야 한다'…. 자녀교육 강연 등에서 이런 조언이 계속되면서 가정 내 부모·자녀 관계가 크게 달라졌다. 부모가 자녀 위에 군림하는 수직적 문화가 사라지고, 자녀를 인격체로 대하는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조언을 잘못 적용하면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부모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존중하는 것과 (어떤 행동이든) 무조건 허용하는 것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아이에게 쩔쩔매는 부모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관성 없는 부모 양육 방식이 문제

엄윤희 교사(충남 아산 신광초·'왜 내 아이만 키우기 어려울까' 저자)는 이렇게 아이에게 휘둘리는 부모를 매년 한두 사례씩 접한다. 특히 외동일 경우 더 그런 경우가 잦다. 학부모 상담 시 '아이가 선생님 말은 잘 듣는데, 집에서 부모 말은 안 듣는다'는 고민도 자주 듣는다. 엄 교사는 "부모가 원칙을 지키지 못할 때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무엇이든 허용하며 참아주다가 어느 순간 참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폭발해서 마구 야단치는 엄마가 의외로 많아요. 그러면 아이는 '엄마가 갑자기 왜 저러지?'라며 혼란스러워해요.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무작정 떼쓰게 되지요. 부모는 그런 아이를 다루지 못해 계속 쩔쩔매게 되고요."

인터넷, 책 등에서 너무 많은 교육 정보를 얻는 것도 문제가 된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을 무작정 따라 하다가 일관성을 잃기 때문이다. 엄 교사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니 마구 칭찬하다가, 지나친 칭찬은 독(毒)이 된다는 말에 칭찬을 딱 멈추는 식으로 갑자기 양육 방식을 바꾸는 부모가 많다"며 "이는 아이가 제멋대로 행동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송지희 부모력연구소장은 "부모가 자녀와 소통할 시간이 없고, (그에 대한 미안함으로) 물질적 보상에 치중하다 보니 아이가 자기조절력을 배우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자존감이 높다'고 평하는 아이를 만나보면, 실제로는 '자기조절력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자기 마음대로 하게 놔두는 게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잘못된 행동 하면 바른 행동 알려줘야

이런 일을 막으려면 부모가 몇 가지 양육 원칙을 정하고 일관되게 지키는 게 중요하다. 아이가 원칙에서 벗어나는 잘못을 했을 경우에는 단호하게 지적해야 한다. 조용한 곳에 데리고 가서 눈을 맞추며 "이것은 잘못된 행동이야"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다. 7세가 지난 아이들은 부모가 차분히 설명하면, 자기가 '어른'으로 존중받는다고 생각해 부모 말을 더 잘 받아들인다. 이때 "너 이러면 돼, 안 돼?"라며 윽박지르거나, 짜증 내는 태도는 좋지 않다. 특히 여러 사람 앞에서 야단치는 것은 아이에게 반발심만 심어준다.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는 우선 무엇이 바른 행동인지를 설명해 주세요. 아이들이 몰라서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알려줬는데도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면, 그것은 바른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으로 바른 행동과 원칙을 알려주세요."(엄윤희)

송 소장은 "자녀를 키울 때는 10년(1~10세)을 놓치지 마라"고 조언한다. 이 시기가 자녀에게 바른 태도와 마음가짐을 심어주는 데 적기(適期)라는 뜻이다. "아이들은 보통 두 돌이 지나면 어느 정도 자기조절이 가능해져요. 보통 부모들은 아이 행동을 무조건 허용하다가 '이제 여섯 살이니까 그러면 안 돼'라며 갑자기 통제하려고 들어요. 하지만 아이는 그렇게 한순간에 달라지지 않아요. 반항하고 떼쓰는 게 당연하죠. 두 돌이 지나면서부터 자기조절이 가능하도록 서서히 교육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아이에게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을 꺼리는 부모도 많다. "자녀에게 '안 돼'라고 말할수록 창의력이 꺾인다"는 말도 나돈다. 하지만 아이에게 '안 돼!'를 가르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송 소장은 "'긍정적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것 역시 부모 역할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추운 겨울 감기에 걸린 상황에서 아이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가게 앞에서 떼를 쓴다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 아이스크림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전하되, '먹고 싶다'는 아이 욕구와 감정은 충분히 수용해 줘야 해요. '지금 아이스크림을 무척 먹고 싶겠지만 몸이 더 아파져서 안 된다. 감기가 나은 다음에 맛있게 먹자'는 식으로요."

아이 잘못을 지적할 때 "넌 나쁜(못된) 아이야"처럼 존재 자체를 비난하는 말은 금물이다. "~ 안 하면 장난감 안 사줄 거야" 같은 협박성 발언도 아이의 공격성을 키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감정적인 체벌이나 아이 행동에 비례하지 않는 과도한 처벌 역시 교육적 효과 없이 아이에게 상처만 준다. 송 소장은 "아이를 잘 훈육하려면 부모가 자기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감정이 격해져 화를 억누를 수 없을 때는 아이와 잠시 떨어져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 다시 이야기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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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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