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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국어 안정적 1등급 만들기 프로젝트 두번째 : 시문학

수능 국어 안정적 1등급 만들기 프로젝트 두번째 : 시문학

자, 그러면 이제부터 현대 시문학 작품을 혼자서도 깊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그러기 전에 우선 필요한 일이 있다. 자신이 왜 현대 시문학 작품을 보면 주눅이 들고 지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찬찬히 되짚어 보는 일 말이다.

" 왜 나는 시를 포기한 자가 되었을까?"

이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리면 시문학을 정복할 수 있는 길은 의외로 쉽게 열린다. 그렇다면 왜 시문학을 어렵다고 느끼는 것일까? 특히 이과 학생들 중에는 현대 시문학에 경기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데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그동안 많은 학생들을 접해 보면서 현대 시문학이 어렵다고 느끼는 학생들의 특징을 정리하면서 그 이유들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일단 그렇게 시를 포기한 학생들을 '시포자'라고 간략하게 부르기로 하자.

시포자들의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시'를 하나같이 해석해야 할 것으로만 받아 들인다는 점이다. 그 학생들에게  '시'를 읽는다는 것은 암호를 풀듯 그 속에 시인이 담긴 '비밀'을 찾아내는 것을 뜻한다. 시인의 의도니 주제니 하는 말들은 그 학생들에게는 영원히 가닿을 수 없을 것같은 수수께끼일 뿐인 셈이다. 대단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니 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턱턱 막힐 것이고,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공부는 해야 하니까 이해가 되든 안되든 일단 해석된 것을 암기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암기는 했지만 막상 시험지에서 다른 말로 표현된 것들을 보면 금방 정신이 혼미해져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답을 찾는 것이 시포자들이 흔히 겪는 과정이었다. 그러한 학생들의 경우는 이미 시작부터 '시'와는 멀어지기로 작정을 한 셈이니 애초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다. 시에는 심오한 의미도 진리도 교훈도 숨겨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는 다만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존재하고 열리는 문"인 '미궁의 문'과 같을 뿐이다. 이 문장은 2004년 수능 시험에서 보기의 형태로 제시된 테세우스 신화의 내용으로서, 시의 예술적 본질을 가장 간략하게 압축한 문장이다. 쉽게 말해  '시'의 의미나 아름다움은 그것을 보는 자에 따라서 달라질 뿐이지 고정된 것은 없다는 말이다. 또한 그 말은 시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즉 시에서 그려지는 내용은 화자가 보고 느낀 주관적인 마음의 풍경이므로 일률적인 잣대로 그 뜻을 정할 수는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시를 그럴듯하게 해석해 놓은 결과만을 오랜 시간동안 탐닉한 학생들은 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자신의 '눈'을 잃어버린 채 시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 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를 잘 읽기 위해서 우선 해야 할 일은 시를 그럴듯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을 벗어 던지는 일이다.

"시포자들이여 ! 시를 해석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라"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시를 자유롭게 읽고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를 아무렇게나 읽어도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시를 어려워하다 못해 미워하는(?)학생들의 또 다른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다. 그 학생들은 '어둠'= 일제 식민지, '빛'= 구원, 해방 등 몇 가지 익숙한 느낌만을 가지고 모든 시를 읽으려 든다. 그러다 보니 시험에서 자주 틀리는 것은 물론이고 뻔한 내용의 시를 왜 쓰고 읽어야 하는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이런 친구들이 많이 틀리는 문제 유형은 정서나 이미지가 같은 것을 선택지에서 고르는 문제 유형들이다. 이런 문제를 접하게 되면 시포자들은 시어의 색이나 느낌만을 보고 그와 유사한 것을 찾으려 들기 때문이다.

아주 쉬운 예를 통해 시포자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가령 '비'라는 시어가 있다고 하자. 시포자들은 거의 대부분 '비'를 슬픔과 연결시키거나 아니면 자기의 주관적인 느낌만으로 보려 든다. 그러나 '비'가 매우 다양한 느낌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가령  소풍을 가기로 한 아이에게 아침에 일어나 보게 되는 '비'는 절망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극심한 가뭄 중에 내리는 밤비 소리는 농부에게는 그야말로 희망의 노래일 수밖에 없다. '눈물'도 마찬가지다. 눈물이 다 슬픔의 느낌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일 뿐이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 시어나 시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어떤 상황에서 내리는 비인지, 또는 눈물인지를 생각해보는 게 시포자를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인 셈이다.

"시포자들이여 !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시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관찰하라!"

시를 포기하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위에서 살펴 보았듯  자꾸 의미를 덧붙여서 해석하려 들거나 시어의 느낌을 자기 멋대로 보게 되면 영원히 시포자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이건 저주가 아니라 현실이다. 그렇다면 시포자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그런데, 그 해답의 윤곽은 이미 다 나온 셈이다. 즉, 의미를 덧붙여 해석하려 하거나 고정관념을 갖고 시어를 대하기 이전에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말귀'를 알아듣는 정도의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다만, 스스로 머리를 써야 하고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귀찮아 하는 학생들은 너무도 간단하게 '어렵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려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렵다'는 것이 사실은 '하기 귀찮다'는 것을 바꾸어서 말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게 중요하다. 하기 귀찮아서  피하려고 하지만 않으면 의외로 시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길은 너무도 쉽게 열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귀를 터야 하나?  여러가지 방법을 말할 수 있겠지만 단도직입적으로 핵심을 말하겠다.  시 작품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 속에서 말하는 이가 겪은 고통과 아픔을 이해하는 일이다. 그러한 고통과 아픔을 문학 용어로는 '시적 상황'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시를 감상하는 것은 단적으로 말해 다른 사람의 삶의 고통을  체험하고 공감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그런 일을 해야 할까? 즐거운 일만 추구하고 살아도 부족한 인생 아닌가? 그런 의문들이 자연스럽게 들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그 질문들은 아주 정당한 질문들이다. 우리가 삶을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만 살 수 있다면 굳이 시따위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슬픔보다는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 인지상정인 이상,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일부러 알기 위해서 시를 읽는 것은 사실 필요가 없는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시 읽는 일을 좀 더 가치있고 즐거운 일이 되게끔 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의 질문을 피해갈 수가 없다.  과연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난 삶이란 가능하기는 한걸까? 내내 정신 없는 기쁨 속에서 사는 일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위 질문의 답은 각자에게 맡기겠다. 그러나, 답을 뭐라고 내리든 적어도 현대시는 고통스러운 삶을 전제로 한 예술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 고통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데서 오는 것일 수도 있고 궁핍이나 억압이 될 수도 있으며, 무지와 방황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현행 고교 교육과정에서 주로 다루는 시 작품들에서 시적 정황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키워드들을 꼽자면 상실, 부재, 결핍, 억압, 번뇌, 무지 등이 될 수 있다. 시를 잘 읽기 위해서는 우선 화자가 처해 있는 상황이 위의 것들 중에서 어느 것에 속하는지를 파악하는 눈을 키우는 것이다.  화자의 태도를 파악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화자의 태도를 찾기 이전에 화자가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가를 이해하게 되면 시 읽기의 70%는 달성한 셈이다. 그러니, 시포자들이여 ! 화자의 태도나 시어의 의미를 해석하려 하기 이전에 화자가 처해 있는 상황이 무엇인지를 알려고 노력하라

"화자의 태도보다는 화자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다음 칼럼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시 분석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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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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