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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교육 패러다임이 바뀐다… ②거꾸로교실 공교육 수업현장

[기획] 교육 패러다임이 바뀐다… ②거꾸로교실 공교육 수업현장

 

‘질문·토론·협업’ 학생 중심 수업 확산… “수년 내 학교현장 달라질 것”
집에서 10분 내외 디딤영상 미리 학습
수업 시간에 질문 주고받으며 토론
원활한 소통·협업으로 우정도 ‘돈독’ 

수업시간에 쏟아낸 질문을 종이에 적어 함께 토론하는 신용산초 6학년 8반/오장환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외환위기가 지속되면 국가 경제는 어떻게 될까?"

지난 2일 서울 신용산초등학교 6학년 8반 사회 수업시간.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우리나라 경제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국가 경제가 너무 나빠지면 경제난민이 생길 것 같아." 질문에 대한 답 역시 다른 학생들이 냈다. 수업시간 내내 최우석(31) 교사는 답을 주지 않았지만, 학생들 간의 토론으로 수업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이처럼 교사의 역할이 빠진 채 학생이 수업을 이끌어가는 거꾸로교실(flipped classroom)이 최근 초·중·고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교사가 만든 10분 내외의 디딤영상(수업 동영상)을 학생들이 미리 집에서 보고 온 후, 다양한 활동으로 수업시간을 채워나가는 새로운 형태의 수업방식이다. 거꾸로교실은 지난 2006년 미국 콜로라도주의 고교 교사였던 존 버그만(Jon Bergmann)과 애론 샘즈(Aaron sams)가 처음으로 고안해냈다. 2013년 우리나라에 이 수업방식을 가져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정찬필 KBS PD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257개 학교, 338명의 교사, 1413개의 교실에서 거꾸로교실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의 높은 수업 참여도로 시끌벅적한 놀이터를 방불케 하는 거꾸로교실 수업현장을 들여다봤다.


학생이 자유롭게 수업을 이끌면 최우석 교사는 돌아다니며 조력자 역할만 해낸다/오장환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다양한 주제의 창의적 질문 쏟아지는 수업 시간

1·2·3차 산업에 관한 디딤영상을 집에서 보고 온 신용산초 학생들. 변준섭(13)군이 "만약 4차 산업이 생긴다면 어떤 일을 하게 될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사람이 하는 서비스가 3차니까, 4차는 기계가 서비스하는 게 아닐까?" "4차 산업은 지구에서 할 수 없는 우주에 관한 산업일 거야" 학생들은 교과서 밖의 내용으로 창의적인 질문을 쏟아내며 토론을 펼쳤다.

최 교사는 "칠판에 정답을 적어주기보다는, 학생들이 틀려도 좋으니 다양한 질문을 통해 생각하는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꾸로교실에서는 무엇보다도 학생들 사이의 협업(Collaboration)을 강조한다. 교사는 협업이 가능하도록 환경만 제공할 뿐이다. 김영주(13)양은 "칠판수업을 할 때는 선생님이 혼자 말씀하시니까 질문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주제로 끊임없이 질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학부모 윤경란(44)씨는 "과학 시간에 먹이사슬에 관한 주제를 TV프로그램 런닝맨처럼 진행해 아이가 정말 즐거워했다"며 "아이들끼리 원활한 소통과 협업 덕분에 왕따 문제도 없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 교사는 거꾸로교실을 진행하는 전국 초·중·고교 교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최근 신용산초 학생들이 충남 천안 북일고의 3학년 학생에게 생태계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소비자가 누구예요?" 최 교사는 질문을 모아 스캔해서 김광호(33) 북일고 생명과학 교사에게 보냈다. 얼마 후 김석현, 조영수(19)군으로부터 "호랑이랑 사람이 싸우면 호랑이가 이기지만, 사람이 총을 들고 있으면 사람이 이겨. 결국 가장 강한 소비자는 없단다"라는 답이 왔다. 이처럼 거꾸로교실에서 교육의 주체는 더 이상 교사가 아니다. 최 교사는 "학생들이 질문을 쏟아 낼 때마다 '가르침 시대의 종말'이 온 것 같다"며 "앞으로는 '누구라도 배우고 가르칠 수 있다'는 뜻의 '스튜처(Stucher, student와 teacher의 합성어)'가 교실에 넘쳐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루고등학교는 이해영 교사와 수집가 친구들이 함께 수학 수업을 진행한다/오장환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자는 학생 없는 수학 시간… 내신 성적도 올라

경기 화성의 나루고등학교 1학년 수학 수업시간.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 학생이 한명도 없다. 수포자(수학포기자)도 보기 어려웠다. 수업은 이해영(42) 교사와 수집가(수학에 집중할 수 있게 가르쳐 주는 친구) 5명에 의해 진행된다. 박진우(17)군은 "공부를 잘하는 수집가에게 질문하는 것을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며 "수학 문제를 집에서 디딤영상으로 예습하며 1번, 수집가 친구의 설명을 들으며 2번, 선생님 문제풀이로 3번 공부한다"고 말했다. 수집가로 뽑힌 윤대영(17)군은 친구들에게 수학 지식을 나눠주기 위해 디딤영상을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여러 번 돌려본다. 윤군은 "친구들과의 '지식 상호교환'을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학 50점을 넘겨 본 적이 없었던 송현수(17)군은 이번 중간고사에서 점수를 20점이나 끌어올렸다. 송군은 "수업시간이 시끄럽기는 해도 꾸벅꾸벅 조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수학책을 외우는 대신 친구들과의 협업으로 성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예전에는 학생들이 '모르겠어요'를 외쳤다면, 지금은 '제가 풀었어요!'를 외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교사의 수업을 들은 김민주(19)양은 성적이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랐다. 김양은 "칠판수업 때는 교과서로 확실히 공부했는데도 성적이 저조했다"며 "거꾸로교실에서 수집가로 활동하며, 친구들을 가르치며 공부한 덕분에 성적이 뛰었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을 한 번 듣고 이해가 안 되니까 학원에 가는 것"이라며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면서 스스로 이해하면 학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더 이상 교사는 지식 전달자에 그치지 말고,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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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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