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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애호감, 어떻게 아이는 공부를 좋아하게 되는가? ②

학습애호감, 어떻게 아이는 공부를 좋아하게 되는가? ②

서연이는 ‘공부 상처’를 갖고 있었다. 가장 힘들던 시기가 중3때였다. 부모는 서연이가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 관한 한 빈틈을 허락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서연이는 과중한 공부에 시달렸다. 아이는 느렸지만, 부모는 급했다. 부모의 성화에 서연이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올백에 가까운 성적을 유지했다. 아이는 시험을 앞두고 고3 수험생처럼 밤을 새기까지 했다. 서연이는 갈수록 공부에 흥미를 잃어갔다.

고등학생이 된 서연이는 공부는 쳐다도 보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상담실에서 만난 서연이는 공부 책이 아닌 다른 책조차 읽기 힘들어했다. 글을 읽는 것부터가 아무 흥미를 느낄 수 없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부상처는 아이는 느린데, 부모는 너무 급하기 때문에 생긴다. 아이가 배울 수 있는 적정 수준의 공부가 있는데(그것도 즐겁게 공부할 때에만 달성될 수 있는), 부모나 어른들은 대부분 그 이상의 공부를 강요한다. 그리고 결국 아이들은 공부가 재미없는, 공부가 싫은 상태에 이르고 만다. 적기교육과 적정교육이 지켜질 때에만 아이들은 공부에 효능감을 느끼고, 배움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다.

공부를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아이들은 매일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절대 원칙은 즐겁게, 적정량의 공부를 꾸준히 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반복 학습과 메타인지 능력 기르기, 자기주도적인 인출(배운 내용을 스스로 점검하는) 연습 등의 세부적인 실천이 곁들여져야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기본은 아이의 인지능력에 걸맞은 적정량을 즐겁게 배우는 것이다.

여전히 공부란 비록 싫더라도 참으며, 꾸역꾸역 해야 할 의무라고 여기는 부모들이 많다. 부모 상담을 할 때마다 이렇게 여전히 ‘공부 노역(마치 힘든 노역을 하듯 억지로 해내는 공부)’으로 학업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분들에게 작년, 내가 참여했던 다큐멘터리 몇 장면을 보여주곤 한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이것이다. 정서와 학습의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많은 문항의 문제집을 주며 모두 풀지 못하면 집에 갈 수 없다는 억압적 상황을 연출한다. 또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같은 문제집을 주되, 스스로 풀 수 있을 만큼의 양을 정하고, 정한 양만큼만 풀면 과제가 종료된다고 제안한다. 그런데, 두 번째 그룹 아이들 역시 정한 양만큼만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문제까지 풀어낸다.

비슷한 성적으로 두 그룹을 나누었건만, 채점 결과는 차이가 컸다. 자유롭게 문제를 푼 아이들의 성적이 더 높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억압적 상황에서 문제를 푼 아이들은 문제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자율적으로 문제를 푼 아이들은 기억하는 문제 역시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는 점이다. 억압은 공부를 방해한다. 긍정감은 공부를 촉진한다.

사실 이는 학습심리학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금방 예측할 수 있는 결과이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감정 상태에서 이루어진 학습은 긍정적이면서 높은 학업 성취를 만들어낸다. 아이에게 자율성을 주면 더 많이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반대로 억압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진 공부는 학습의욕은 물론이고, 학습능력까지 감퇴시킨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바바라 프레드릭슨 교수는 학습 전후에 유쾌한 상황을 줄 때 학습자의 학습애호감과 학습의욕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여러 그룹을 나눠 아이들의 기분을 좋게도 하고, 나쁘게도 하고, 또 억압적 상황도 연출해보았다. 여러 그룹 가운데 실험 전 즐거운 감정을 경험한 그룹에서 창의성을 요하는 문제의 해답을 맞힌 비율이 가장 높았다. 게다가 답을 찾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비율 역시 가장 높았다.

프레드릭슨 교수는 일련의 정서와 인지능력의 상관성에 관한 실험들을 통해 한 가지 이론을 도출했다. 긍정적인 정서가 개인의 발전과 성장에 기여한다는 확장 및 축적 이론(broaden-and-build theory)이다. 프레드릭슨 교수는 긍정감은 생각과 행동의 폭을 넓혀 한 사람이 새로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게 이끈다고 주장했다. 이런 긍정적 학습경험이 계속될 때 한 사람의 능력과 내적 자원 역시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장기적으로 개인의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뇌과학 연구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행복호르몬,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흘러넘치는 상황에서 학습하면 학습자는 학습내용을 더 잘 기억하고, 이해하고,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문제에 더욱 창의적으로 접근한다. 뇌과학 연구는 즐거운 기분이 학습능력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도구임을 밝혀냈다. 긍정감은 뇌를 가장 활성화시킨다. 공부를 하자면 학습대상에 대해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느낄 필요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학습은 즐거워야 하는 일이다.

애초 아이에게 주어지는 학습과제는 싫기만 한 것도,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학습과제 자체는 긍정과 부정의 감정이 섞이지 않은 중립의 대상에 가깝다. 즐거운 감정으로 공부하면, 즐거운 대상이 되고, 불편한 마음으로 공부하면 그 내용 역시 하기 싫은 일이 되기 마련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가 학구열을 가지고, 학습애호감이 높은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진정 그러길 원한다면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정의 학습을 매일 꾸준히 하도록 돕되, 즐겁고, 호기심 넘치는 분위기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것이 참으로 어렵다고 말하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를 붙잡고 책상에 앉아 있다 보면 싫은 소리가 나오기 일쑤고,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윽박지르고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학습코칭을 했고, 이제는 공부상처가 생긴 아이들의 학습치료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감히 말하자면 그렇다면 그 일을 당장 멈춰야 한다, 서로 더 다치기 전에.
평정심을 갖고서, 지금 이 아이의 공부가 미진하더라도 긴 안목을 갖고 천천히 이끌어나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자녀를 대할 자신이 있는 부모라면 아이 곁에서 훌륭한 학습조력자가 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는 사실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문명에 스승이나 선생님이 생긴 이유는 자명하다. 서연이가 조금씩 심리적 안정을 얻고 다시 공부할 마음이 생겼을 때, 나는 서연이 부모에게 전처럼 강제로 학원에 보내거나 단지 공부만 하는 과외를 시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서연이의 학습치료가 1년 정도 진행되는 와중에, 나는 서연이 부모에게 그룹학습을 해볼 것을 적극 제안했다. 다른 부모 몇 명과 연계해, 직접 좋은 선생님을 모셔 아이들의 공부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종용했다. 부모들은 처음에는 의아해했지만, 다행히 이는 이루어졌고, 대학원에서 인문학 공부를 하는 선생님과 아이들은 공부도 하고, 책도 있으며 여느 고등학생들과는 사뭇 다른 고1, 고2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내 나름 평가하자면, 그것은 사교육 감옥도 아니었고, 입시 지옥도 아닌 공부의 파라다이스였다(비록 완전할 수는 없을 테지만).

어떻게 현대적 교육시설이나 환경이 없던 시절에, 퇴계 이황이나 다산 정약용 같은 최고의 지성이 만들어졌을까? 

파편화되고, 분업화된 요즘 교육에는 강사는 있지만, 스승은 없다. 학습은 있지만, 학문은 없다. 할당된 공부노역은 있지만, 마음과 사유를 소용돌이치게 할 지적 자극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요즘 아이들의 문제도 바로 이것이다. 쏟아지는 막대한 학습량에 시달리지만, 매일매일 느끼는 공부의 뜻과 열락은 사라져버렸다는 사실.  

퇴계나 다산 역시 어릴 적, 서당에서 몇 명의 훈도들과 한 분의 훈장 어르신이 마주 앉은 작은 학습 공동체에서 학문의 씨앗을 키웠을 것이다.

부모나 어른들이 살펴야 할 점도 이런 것이다. 내 아이는 지금 자신에게 어울리는 학습을 하고 있는가? 그 학습량은 적정한가?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가? 그리고 즐겁게 공부를 이끌어줄 참 스승은 있는가? 그리고 나날이 배움에 대한 바른 가치를 형성하고 있는가?

이런 기본이 지켜지지 않을 때, 잠시 반짝하며 내 아이의 공부가 불꽃을 피우더라도 그 공부는 끝내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불씨가 사라지고 캄캄한 암흑에 이르고 말 것이다.

고사에 나오는 ‘인간이 살며 배우지 않는다면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했을 때의 암흑 말이다. 내 주관적 견해일지 모르나, 지금 우리 교육은 암흑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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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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