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사례부터 쓰면, 길이 보인다
시간이 무척 없는 상태에서 급하게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는 친구들을 보면, 갈피를 잘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볼 여유도 없이 상황에 밀려서 써야만 하게 된 덕에 준비가 덜 된 것만 같다. 이번 서강대 전형 중 일부가 수능시험 이후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것이었는데, 시험 이후 부랴부랴 쓰는 통에 많은 아이들이 제대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기소개서를 너무 장기간 쓰는 것을 추천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생각해본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자기가 몰랐던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도 다듬어질 수 있다. 당연히 시간과 노력에 비례해서 자기소개서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부족할 때, 시간대비 정교하면서도 좀 더 생동감 있는 글을 쓰는 법은 기존과는 달리 제시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말했던 것처럼, 꿈이나 이상, 혹은 미래에 대한 계획부터 쓰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요소부터 써보라고 한다. 즉, 사례를 먼저 좀 자세하게 기술하도록 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사례 중에 내세울만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되는 사례가 있다면 2개~3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써보라고 한다. 물론 그냥 나열식은 곤란하다. 어떤 일이었고, 그 일을 한 이유나 전개 과정 등을 자세히 쓰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 대입 공통 문항 같은 경우는, 대부분이 경험 중심 기술이다. 사례를 중점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필수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느낀 점을 추후에 얹는 방식으로 써보자. 예를 들어보자. 가장 어려워하는 공통문항 1번에서의 학습 경험을 쓴다고 해보자. 보통 학습에 대해서 자신이 잘하는 것을 쓰려고 하거나 부각하고 싶은 점을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추상적인 글이 된다. 그리고 한참 쓰다 보면,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했는지 조차 가물댈 수 있다. 그래서 학업의 사례를 먼저 2개 골라 써보자.
수학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학교에서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통해서 친구에게 가르쳐주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
과학은 개념부터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념 노트를 만들어서 정리를 스스로 하고. 3번씩 다른 색 펜으로 줄을 치며 읽으려고 했다.
이 2가지 사례를 자세히 기술해보자. 그리고 느낀 점과 꿈과 포부와 연결해야 한다. 앞뒤로 ‘이과를 지망하며, 반드시 갖춰야 하는 능력이 수리적 사고와 과학적 사고라고 생각했다.’라든가, ‘무엇보다 개념을 제대로 익히는 것이 학업의 기본이라는 생각을 했다.’ 등의 메시지를 넣어 엮으면 된다. 그러면 단 시간에도 생각보다 더 좋은 글이 빨리 나올 수 있다.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놓고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긴 하지만, 만약 미처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사례를 몇 개 써보고 그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 보는 것도 방법이다. 설명 상으로 어려워 보일 수 있으나, 막상 한번 써보면 생각보다 술술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3학년이 되는 친구들, 기말고사를 마무리하고 이제 한번 슬슬 써보자. 급박하게 준비한 글보다, 오래 준비한 글이 더 자신의 글이 된다.
출처: 조선에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