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학급당 3~4명 추정… 맞춤교육땐 평균 지능 회복 가능]
- 반에서 훼방꾼 취급받아
또래보다 IQ·사회성 더딘 학생… 학년 오를수록 학업 격차도 커져
- 가정·학교 보살핌 필요
저소득층 자녀 등 환경요인 커… 칭찬해주며 자신감 찾아줘야
'학습지체아'란 학습 능력, 사회성, 적응력 모든 면에서 또래보다 처진 '느림보 학생'이지만, '안 되는' 게 아닌 '늦되는' 아이들이다. 1990년대 미국 심리·교육학계에서 부각된 학습지체아 개념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지적 장애와 혼동되지만 적절한 지도와 관심으로 지능을 정상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학습지체아 판별 기준을 IQ 70~79 또는 IQ 70~85 구간으로 잡는다. 현재 초·중·고교생 720만명 가운데 80만명, 한 학급당 3~4명이 학습지체아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다.
전체 학생의 13~18%로 추산되는 학습지체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연말 국회는 학습지체아 실태 조사, 예산 지원 및 학교 내 신축적인 수업 운영 등을 포함한 '학습 부진아 학력 향상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학습지체아는 맞춤형 교육으로 학력 증진 효과를 본 경우가 많다. 초등 6년생 B(12)군은 글을 못 읽고 자주 화를 내는 학교 부적응아였으나, 3년간 말하기·독서·미술 지도 등 교사와 부모의 꾸준한 교육으로 위인전을 읽고 친구들과 어울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답을 맞히도록 닦달하지 않고 난도를 낮춰 문제를 낸 뒤 힌트를 주고 반응(피드백)을 충분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는 이들을 '다른 아이에게 피해 주는 훼방꾼'으로 간주하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학습지체아들을 방치하면 학교 밖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2014년 학교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한 초·중·고교생 1만2805명 중 과반인 6530명이 '학업 부담'을 사유로 꼽았다. 박찬선 대한학습치료사협회장은 "학습지체아는 그냥 두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큰 격차와 좌절을 느낀다"며 "적절한 조기 개입으로 상급 학교 진학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복지 사각(死角) 지대 해소'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는 "학습지체아는 저소득층 자녀에게 유독 많이 나타나는 등 환경 요인이 크다"며 "학업 중단 후 비행(非行)을 저지르거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세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회 전체 비용이 늘어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에겐 가정과 학교의 협업과 세심한 배려가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장세희 경동대 교수는 "부모는 경계선 자녀를 부끄러워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되고, 특히 저능아로 낙인(烙印)찍어 주눅 들게 해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고명신 제주 한림초등학교 교사는 "경계선 지능 아동의 장점을 빨리 찾아내 자주 칭찬할수록 아이가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고혜정 수원여대 교수는 "교사연수 과정에서 관련 교육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초·중·고교 간, 학교 내 학년 간, 과목별 교사 간 이들을 연계해 가르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