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지난 칼럼에서는 자기주도학습 과정의 구성요소(동기조절, 인지조절, 행동조절)와 절차(목표설정-계획수립-실천-성과)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글감으로 선정하는 것이 좋은지 글감 중심으로 위 내용을 다뤄보고자 한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하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에 불과한 것이며, 가장 좋은 글감은 본인의 경험을 진솔하게 소개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 자기주도학습 과정의 글감 탐색

많은 학생들이 자기소개서 작성 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 바로 <자기주도학습과정>이다. 그 이유는 지난주에 살펴보았던 것처럼 자기주도학습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념을 정확히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관련 경험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이하에서는 많은 외고, 자사고 지망생들이 실제 자기소개서에 적고 있는 자기주도학습 과정의 글감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⑴ 본인만의 매니아적 기질과 이를 교과적 우수성으로 어필할 수 있는 경험이 있는지 탐색해보자.

자기주도학습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동기의 자발성’과 ‘남다른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이 모두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경험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그중 가장 좋은 것은 본인이 갖고 있는 남다른 관심사나 흥미분야이다. 만약 이러한 관심사와 흥미 분야가 본인의 교과적 우수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글감이 될 것이다.

실제 한 학생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매우 좋아해 번역본이 주지 못하는 원어의 느낌을 이해하고 싶었고, 이것을 계기로 일본어를 매일 스스로 공부해 상당한 수준의 일본어 실력을 갖추었다고 한다. 물론 위 내용을 서술하면서 자신만의 학습 전략이나 실천 시 어려움과 극복노력을 구체적으로 서술해 자기주도력을 어필하였다.

위 학생의 일본어 학습은 먼저 개인적인 흥미가 자연스럽게 학습의 자발적 동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 꾸준한 실천과 노력으로 일본어 능력 향상이라는 교과적 역량까지 어필했다는 점에서 좋은 글감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본인만의 특별하고 남다른 노력의 과정이 있다면 가장 좋은 자기주도학습 과정이 될 수 있으므로 가장 먼저 본인의 매니아적 기질을 찾아보길 권한다.

⑵ 교내 동아리활동 경험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본인만의 매니아적 기질을 갖고 있는 학생은 흔치 않다. 이럴 경우 교내 동아리활동, 특히 학술동아리 활동을 통해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세워 학습한 과정이 있다면 소개하는 것도 좋다.

위와 같은 동아리 활동의 경우 자기주도력 뿐만 아니라 협력의 과정에서 단체생활에 필요한 협업능력까지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글감이라 할 수 있다.

⑶ 수업 중 모둠활동이나 보고서 작성 경험도 매우 좋은 글감이다.

학교 수업 중 선생님이 내준 과제나 보고서를 작성한 경험 등도 자기주도학습의 글감으로 훌륭하다. 실제 한 학생이 소속 중학교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평소 야구에 관심이 많아 ‘공의 회전량에 따른 구질의 변화’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중3 학생 수준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이지만, 이 학생은 스스로 고등 교과서를 찾아보고 여러 편의 관련 논문을 읽어 성공적으로 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특정 주제와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위해 스스로 노력한 경험이 있다면 자기주도력 뿐만 아니라 관련 교과역량을 표현하기에 충분히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학교 수업 등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소홀히 하지 말고 자기주도력을 어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길 권한다.

⑷ 자신만의 독서이력관리 경험이 있다면 자기주도력을 어필하는데 제격이다.

최근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학생들이 책을 멀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서는 여전히 종합적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활동에 해당한다. 만약 본인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나 진로관련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독서이력을 관리한 경험이 있다면, 자신의 종합적인 역량을 어필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⑸ 흥미있는 과목이나 장점 과목에 대한 노력의 과정을 떠올려라.

위와 같은 여러 활동이 자기주도력을 나타내기에 적합한 활동인데, 만약 위와 같은 경험이 없다면 교과학습과 관련해서 본인이 가장 잘하고 즐기는 과목을 어떻게 심화학습 했는지 소개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최근 선행교육금지법이 통과되는 등 선행학습과 관련한 규제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내용을 서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선행보다는 심화학습 중심으로 본인이 스스로 목표를 세워 학습한 경험이 있다면 자기주도학습 과정에 더 적합하다 할 것이다.

⑹ 취약 과목에 대한 극복의 노력을 찾아보자.

취약한 과목이 있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각자의 경험을 떠올려 서술하는 것도 좋다. 비록 작은 성공의 경험이라 할지라도 이는 자신감으로 이어져 다른 일까지 잘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만약 자기주도력을 어필할 다른 글감이 충분하다면, 굳이 취약 과목을 자기소개서에 언급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자기소개서는 본인의 장점만을 서술하기에도 적은 분량이기 때문이다.

⑺ 교내 방과후 수업도 자기주도학습의 글감이 될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이란 본인이 학습의 주도권을 쥐고 학습한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나 자기주도학습 과정이 무조건 혼자 하는 공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외부 도움이 있다 하더라도 학습의 주도권을 본인이 갖고 있다면 이 또한 자기주도학습 과정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외부의 도움이란 사교육은 해당되지 않고, 방과후 수업 등의 공교육이나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학습한 내용에 국한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의 도입 취지가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 유발효과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후 수업도 자기주도학습의 글감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내용을 통해 자기주도력 등의 역량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학습 동기의 자발성이 잘 드러나게끔 서술해야 할 것이다.

⑻ 자신만의 공부법(오답노트)이나 시간관리(학습 플래너)도 가능하다.

보통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 과정에 소개하는 것이 바로 본인만의 공부법 특히 오답노트나 학습 플래너 작성과 같은 자신만의 시간 관리를 소개하는 것이다.

이 또한 자신만의 학습 전략을 소개하고, 실천 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내용이므로 충분히 자기주도학습 과정에 해당한다. 그러나 만약 10명 중 7-8명이 모두 오답노트나 학습 플래너 작성을 적는다면, 서류를 검토하는 입장에서 식상하기 마련이다.

자기주도학습 과정은 남다른 경험일수록 좋고, 서류를 검토하는 면접관이 그 학생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일수록 좋다. 만약 본인이 작성한 내용을 읽고 면접관이 ‘겨우 중3인데, 이런 활동을 스스로 했단 말이야? 어떤 학생인지 궁금한데?’라는 반응을 끌어내었다면 성공적인 자기소개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답노트나 학습 플래너 작성은 다른 글감이 없었을 때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험이 없어 위 내용을 적어야하는 상황이라면, 구체적으로 소개해 ‘자신만의’ 오답노트 작성법, ‘자신만의’ 학습플래너 작성처럼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3. 맺으며

이상은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 과정에 주로 소개하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위는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일 뿐이며, 본인이 스스로 무언가를 목표해 노력한 과정이 있다면 모두 글감이 될 수 있다.

또한 재차 강조하지만 ‘그럴듯해 보인다’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면접관이 좋아할법한 내용이라고 생각해 하지 않은 일을 인위적으로 꾸며 자기소개서에 적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가장 좋은 내용은, 서툴지만 본인이 직접 경험한 내용이라는 점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

<다음 6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