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학생부 중심의 전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내신점수를 비롯하여 비교과 활동까지 골고루 우수한 학생을 뽑고자 하는 것이 학생부 종합전형이고, 내신점수를 중점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 학생부 교과전형이다. 어떤 형태로 학생을 선발하던지 관계없이 가장 중요한 항목은 내신(중간, 기말고사 및 수행평가)이다. 점수와 등수가 수직으로 나열되어 부담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학교 교과 공부가 갖는 중요성은 무엇인가?

우선, 전공적합성. 여러 과목 중 우수한 점수를 획득하는 과목이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반영되어 있다. 이를 연장하면, 진로 및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직업 선택이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공통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면, 교과 성적은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방향을 찾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흔히, 이과냐 문과냐를 선택하는 문제는 장래 직군의 범위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를 판단하는 기준 중의 하나가 관련 교과목의 내신 성적이 어떠한지에 따라 선택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치가 된다. 물론, 교과 시험이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명문학교를 진학하기 위해서는 전 과목의 우수한 성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 과목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으로 그 분야에 대한 인재가 될 것이라 판단하는 것은 무리지만, 점수가 열등한 과목과 관련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 발전가능성. 성적 변화의 추이에 따라 향후 개인의 수학(修學)능력이 확대될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항상 최상의 점수를 받았다면 가장 우수한 역량이라고 판단하겠지만, 초지일관 우수한 학생이 드물다. 그래서, 총점이 같더라도 과거에 잘했던 학생보다는 현재 잘하는 학생을 선호하게 된다(입시 or 선발고사는 지금 잘하는 학생을 선별하는 방법 중 하나). 또, 지금 잘하는 학생이 선발 후에도 잘 할 가능성이 더 높다. 통상, 내신 학기 중 최근 학기 또는 마지막 학기로 갈수록 내신 반영 비율이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사회화. 학교의 지식은 직능인으로서의 기초지식과 사회인으로서의 상식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하겠다. 세상에 나아가 배우게 될 내용의 기초를 학교에서 미리 배우는 것이다. 민주사회의 시민이 되기 위한 교양과 지성의 수준도 내신 성적에 담겨있다. 한마디로, 한 인간의 ‘격’을 판단할 자료가 된다.

네 번째, 성실성. 교과 발달 상황은 인재의 다양한 요건 중, 책임감과 성실성이 어떠한지 빌미를 제공한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교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이 교과목에 대한 학습이다. 몇 개의 과목을 줄기차게 공부하는 것이 적성에 꼭 맞아서 하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주어진 환경에 묵묵히 임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결과에서 학생에게 놓인 과제에 대한 책임감과 성실함을 가늠할 수 있다. 인사 담당자들이 선호하는 출신학교 중 유명대학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리고, 학생부에서 갖는 자료의 지위로 객관성을 들 수 있다. 많은 학생부의 항목 중 유일하게 계량화된 지표가 성적이다. 정량적 평가 방식이 가장 우수하다고 칭할 수는 없어도, 정량화된 데이터가 갖는 장점 중 하나가 평가의 객관성(공정성)이다. 학교건 직장이건, 우수한 능력으로 선발기관의 역량과 브랜드를 키워줄 인재가 필요하다. 3년 동안 꾸준하게 기록한 과목별 점수와 등수는 학생의 영역별 능력을 감정 없이 정확하게 담아낼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이런 사회적, 교육적 의미가 녹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남부러운 직업을 선택하고 돈을 잘 벌기 위해서 학교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식의 엄포는 수많은 학생들이 값지게 소비하는 젊은 청춘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부질없는 표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