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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성향 먼저 알고, 부모가 함께 진로 교육 받아야

자녀 성향 먼저 알고, 부모가 함께 진로 교육 받아야

청소년 진로·진학 교육, 올바르게 하려면?

"우리나라 학부모 중에는 여전히 '공부만 잘하면 (아이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 혹은 '공부를 못하면 (아이의) 모든 게 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오해예요. 지금 아이들은 공부만 잘하면 성공 가능성이 컸던 부모 세대와는 다른 시대를 살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끼와 강점을 살릴 수 있게 하자는 목소리가 요즘 사회 곳곳에서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고요. 이런 상황에서도 교과 학습과 성적에만 연연하느라 자녀의 성향이나 특성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부모가 많다는 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윤동수 00사 청소년교육연구소 이사)

 



자유학기제 시행 등 최근 몇 년간 청소년 진로 교육이 강화되는 추세지만, 학부모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명문대, 인기학과를 고집하며 자녀의 진로나 입시를 좌지우지하려는 학부모가 많다. 부모가 추천하는 진로가 아이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다면 다행이지만, 반대의 경우는 사춘기 자녀와 부모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낳곤 한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랫동안 청소년·학부모 상담을 맡아온 윤동수 00사 청소년교육연구소 이사에게서 올바른 청소년 진로·진학 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청소년기, 정확한 자기진단·탐색 필요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대개 성적이 높은 학생들보다 무기력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못하면 다른 것도 못하는 아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아이들 마음속에도 깊이 자리 잡아서다. 윤 이사는 "이런 아이들일수록 지금껏 잘해 온 점, 지금도 잘하는 부분을 찾아내 이를 인정해 주고, 실제 학업·학교생활과 연계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일반고에 교육을 갔을 때 내신 3등급 아래 학생은 수업시간에 잠을 자도 아무 제재가 없을 정도로 방치된 모습을 봤어요. 내신이 좋지 않으면 학교에서도 소위 명문대에 갈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포기한 거예요. 그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학예측진단과 학습동기진단검사 등을 실시해 학습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학업·진로 계획을 세워줬죠. 단순히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동아리 활동을 할지 등 구체적 방법을 알려준 거예요. 그랬더니 나중에는 그 동아리 활동과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다른 동아리를 학생 스스로 찾아서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작은 동기만 주면 금세 태도가 바뀝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이런 아이 중에도 계속되는 사교육에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증, 자기 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증상)을 경험하거나, 진로 문제를 놓고 부모·가족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적지 않다. 윤 이사는 "단순히 '우리 아이는 성적이 좋으니 괜찮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아이 내면이나 성향 등을 잘 관찰해야 한다"며 "작은 문제가 보일 때 이에 잘 대처해야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소년의 진로·진학 지도가 잘 이뤄지려면, 정확한 자기진단과 자아탐색이 필요하다. 시중에는 이러한 청소년 진단검사 등이 많이 나와 있다. 진단검사를 선택할 때는 ▲결과지를 학생·학부모가 이해하기 쉬운지 ▲기존 검사자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비교대조군이 충분히 형성돼 있는지 등을 잘 살펴 고르는 게 좋다. 윤 이사는 "일부 진단검사의 경우에는 외국 것을 그대로 번역·도입해 결과지에 '계열분화도' '반응일관성' 등 일반인이 해석하기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00사 청소년교육연구소가 지난 2011년부터 진학예측진단(KMDT)과 학습동기진단검사(LMDT) 등을 개발·사용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윤 이사는 "예컨대 '자기조절능력이 낮다'는 단순한 결과만으로는 학생·학부모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며 "KMDT·LMDT 검사 등을 통해 자기조절능력이 낮은 특성이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런 특성에 따라 앞으로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게 맞는지 연결해서 상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단검사는 자녀 특성을 알고, 부족한 부분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진단검사 후 결과를 놓고 자녀를 탓하는 부모가 많은데, 그래서는 안 돼요.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 자녀 특성에 따라 어떤 학습·진로 계획을 세울지 등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신문·책 읽기로 학부모도 사회 흐름 파악해야

진로·진학 교육은 청소년과 학부모가 함께 받아야 그 효과가 더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학부모가 자녀의 진로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00사 청소년교육연구소는 청소년 대상의 '행복한 진학스쿨 프로그램'과 부모 교육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에 따라 교육 정보가 부족한 소외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윤 이사는 "일명 '돼지 엄마(자녀 성적을 최상위권으로 유지하며 학원·진학 등 자녀교육 정보에 밝아 다른 학부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엄마)'를 따라다니며 사교육 정보를 얻는 데만 급급해하지 마라"며 "그보다는 부모가 신문·책을 꾸준히 보며 넓은 안목으로 사회 흐름을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모 교육을 할 때 '상경대학에 속하는 학과를 몇 개나 아느냐'고 질문하면, '경제학과' '경영학과' '회계학과' 정도만 겨우 이야기해요. 지금은 글로벌경영학과(성균관대), 파이낸스경영학과(한양대), LT학부(Language&Trade·한국외국어대)처럼 대학별로 학과가 융합·세분화됐거든요. 학부모가 이런 변화와 사회 흐름을 알아야 바른 진로·진학 지도가 가능하죠. 자녀에게만 '신문 봐라' '책 읽어라' 잔소리할 게 아니라, 부모가 먼저 공부에 나서야 한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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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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